1. 사피엔스는 15만 년 전부터 살았지만, 이들이 급속히 퍼지며 다른 인간 종을 멸종시키기 시작한 것은 불과 7만 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그 사이의 기간동안 사피엔스는 다른 인간 종보다 딱히 나은 것 없는, 그저 그런 종에 불과했죠. 2. 하지만 7만 년 전부터 돌연 달라졌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인간종을 지구 전체에서 몰아냈고, 배와 기름 등잔, 활, 화살, 바늘 같은 도구도 발명했죠. 예술품이나 장신구라고 부를 만한 최초의 물건들도 이 시기에 나왔습니다. 3. 연구자들은 사피엔스의 이런 변화가 ‘인지혁명’에 따른 결과라고 믿습니다. 인지혁명이란 약 3~7만 년 전에 출현한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 방식을 말합니다. 우연히 일어난 유전자 돌연변이가 뇌의 내부 배선을 바꿨고, 이로 인해 새로운 생각이 가능해졌으며, 새로운 유형의 언어를 사용한 의사소통도 시작되었다는 거죠. 4. 사피엔스의 언어는 무엇이 특별하기에 그들을 세계정복(?)까지 가능하게 만들었던 걸까요? 가장 보편적인 대답은 ‘우리의 언어가 놀랍도록 유연하다’는 겁니다. 몇 가지 메시지 밖에 전달하지 못하는 동물의 언어와 달리, 무한한 개수의 문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는 거죠. 우리는 우리의 언어를 이용해 적을 쫓아버릴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할 수도, 사냥감의 현재 위치와 예상 경로를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5. ‘뒷담화 능력’에 주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인간이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리 내의 누가 누구를 미워하는지, 누가 누구와 잠자리를 같이 하는지, 누가 정직하고 누가 속이는지 반드시 알아내야 하는데, 사피엔스는 이를 언어로 해결했다는 거죠. 아울러 뒷담화를 통해 우리는 누군가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 판단하고, 이전과는 다른 규모의 무리를 형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6. 더 큰 변화는 ‘허구를 말할 수 있는 능력’에서 비롯됩니다. 허구 덕분에 집단적인 상상이 가능해진 거죠. 성경의 창세기, 호주 원주민의 드림타임, 현대 국가의 민족주의 등이 이런 ‘허구’의 산물입니다. 이런 공통의 신화들 덕분에 사피엔스는 유례없이 많은 숫자가 모여 유연하게 협력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 명 혹은 수십 명이 협력하는 구조를 넘어 수십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 수억 명을 지배하는 제국을 건설할 수 있게 된 겁니다. 7. 예를 들어보죠. ‘푸조’라는 회사는 사실 집단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환상, 즉 허구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매년 수백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수백억 유로의 수입을 올리며, 이 덕분에 수십만 명이 고용되어 살아가죠. 재앙이 닥쳐서 푸조의 임직원이 모두 사망하고, 조립 라인과 중역 사무실이 모두 파괴되더라도 푸조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돈을 빌리고, 새 직원을 고용하고, 공장을 새로 지어 다시 생산활동을 시작할 겁니다. 이 모든 일이 푸조가 허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8. 사피엔스는 인지혁명의 성공 덕분에 불과 10~20년 만에 사회구조와 관계의 속성, 경제활동 등 수많은 행태를 바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또다른 인간 종인 호모 에렉투스가 거의 200만 년동안 동일한 수준의 석기 기술을 보유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차이죠. 사피엔스는 이 기술을 활용해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수십 명이 협력하는 사냥기술을 개발했으며, 무리들간의 장거리 교역을 통해 다양한 물물을 교환했고, 새로운 체제를 만들며 결속을 다졌습니다. 지구를 지배하게 될 동물, 사피엔스의 도약이 시작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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