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학이 전세계에서 주류의학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불과 백여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백여년 전만 하더라도 서양에서는 의학교육이 체계화되지 않았고 의술의 전승 역시 도제적인 방식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술칼과 수혈기로 상징되는 서양의학 특유의 외과학은 전세계의 다양한 의료체계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서양의학에서 외과학이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래전부터 발전해온 해부학 때문이었습니다. 1543년 베살리우스(Vesalius)가 간행한 󰡔인체의 구조에 대하여󰡕(Fablica)는 기존의 인체관을 완전히 바꾸어놓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기존의 4체액설이나 점액설 같은 형이상적인 인체관에서 관찰과 실험의 축적을 통해 해부병리학적인 인체관으로 변모해나간 것입니다. 근대에 들어 서양의학은 화학이나 생물학 분야의 다양한 성과를 적극 수용하였습니다. 여기에 위생 개념의 확립이 더해지면서 근대 의료의 수준이 두드러지게 향상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