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천지TV=김미라 기자] 세속의 때를 벗기 듯, 호젓하고 고즈넉한 산길. 잔잔하게 흐르는 계곡물소리, 청아하게 지저귀는 새소리. 간간이 땀을 식혀주는 고마운 바람까지. 마치 비밀의 화원에 들어선 듯 신비롭고 몽환적인 풍경에 한동안 말없이 발길을 멈춰 선다. 속리산(俗離山). 수려하고 청정하기가 이보다 더할 데가 있을까? 저 옛날 조선시대 ‘정감록’이 예언한 ‘십승지’. 아직 채 녹지 않은 새하얀 잔설이 골짜기마다 풍경을 드리우고 날카롭게 솟은 봉우리와 어머니의 품처럼 깊은 계곡, 산기슭에 우거진 조릿대 숲이 한데 어우러져 가히 소(小) 금강산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선경(仙境)을 선물한다. 정상에 오름을 시기라도 하듯 거센 바람이 두 볼을 세차게 밀어내지만 어느 곳을 둘러봐도 산수화 열두 폭 병풍 같은 아름다운 경관이 살을 에는 듯한 추위도 녹여낸다. 산의 꽃잎에 여덟 개의 대로 감싸인 불국토(佛國土)의 형국을 하고 있는 속리산. 흔히 불교에서 말하는 열반의 경지, 완전한 깨달음을 뜻하는데, 끝없는 수행 끝에 체득한 최고의 진리(眞理)라는 말이다. 도불원인 인원도(道不遠人 人遠道), 산비이속 속리산(山非離俗 俗離山) ‘도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는데 사람은 진리를 멀리하려 하고 산은 세속을 여의지 않았는데 세속이 산을 여의려 하는구나’ 속리산의 어원이 된 신라 당대의 뛰어난 학자, 고운 최치원 선생의 한시 구절처럼. 세속과의 인연을 떼어놓고라도 도를 깨우칠 만큼 빼어난 경관을 가진 속리산은 우리에게 말없이 들려준다. 궁궁을을지간(弓弓乙乙之間)에 십승지(十勝地)라고. (영상취재/편집: 김미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