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여행용 가방들이 잔뜩 쌓여 있습니다. 수십 분이 지나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방치 물품'. 공항 곳곳에서 눈으로 목격된 것만 수십 개에 달합니다. 그런데 보호장비 하나 갖추지 않은 공항 직원들이 나타나 방치 물품에 무언가를 부착하고 사진을 찍습니다. 정해진 기한까지 철거하라는 안내문, 모두 규정 위반입니다. 국가 '가급' 보안시설인 인천공항은 규정상 최대 30분 이상 방치되는 물품에 대해 폭발물 처리반을 출동시켜 내용물을 확인해야 합니다. 지키지 않으면 처벌도 받습니다. 혹시라도 폭발물이 숨겨져 있을 경우, 다중이용시설인 공항에선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천국제공항 청소 직원 : 맨날 있어요. 한참 됐어요. 저쪽 뒤에는 더 심각해요.] 이에 대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규정 위반은 아니라고 해명합니다. 주로 외국 상인들의 짐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장기간 쌓아두고 있는 걸 계도 하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인천공항의 보안 시스템을 설계한 전문가는 기준 이상 방치되면 폭발물 처리반이 나와야 한다며 명백한 규정 위반이라고 지적합니다. [소대섭 / 한서대학교 항공보안학과 교수 : 보안 절차에 따라서 이게 처리가 돼야 하는 거지 누구 마음대로 '이게 노숙자 거야' 이렇게 하고 방치해선 안 되고 누가 다른 물건들 실제 테러 물품들을 중간에 끼워놔도 알 방법이 없잖아요.] 전 세계 공항들이 보안을 강화하는 추세에도 역행한다고 강조합니다. [소대섭 / 한서대학교 항공보안학과 교수 : 쉽게 접근이 가능한 일반 지역에서 테러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요. 최근 들어서 국제민간항공기구나 이쪽에서도 랜드사이드 시큐리티(일반인 출입 허용 구역 보안)를 굉장히 강화하고 있는 거고….] 12년 연속 세계공항서비스평가 1위에 빛나는 우리나라 대표 관문 인천국제공항. 전문가들은 한순간 테러로 무너진 신뢰와 대규모 피해는 회복하기 힘든 만큼 가장 기본인 보안 원칙부터 지켜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YTN 윤웅성입니다. ================= 방치된 여행용 가방들 주변으로 공항 직원들이 모여듭니다. 공항 보안팀까지 등장해 분주하게 사진을 찍고 어디론가 전화를 겁니다. 잠시 뒤 승객들을 다른 곳으로 안내하더니 노란색 통제선이 설치됩니다. 규정대로 폭발물 처리반이 출동한 겁니다. 위험물 검사를 마친 방치물품들은 모두 유실물 센터로 옮겨졌는데, 따라가 보니 센터에 쌓인 여행용 가방 등이 한가득 입니다. YTN이 방치물품 처리 규정 위반을 지적하며 취재에 나서자, 바로 당일 뒤늦게 일사불란하게 벌어진 일입니다. [인천공항 측 관계자 : 방치물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더라고요. '갑자기 위에서 공항 내 전체 방치물들 EOD 신고해라' 터질 게 터졌다는 말들이 많았어요.] 그러나 본격적인 취재 전까지도 공사 측은 주인이 있는 짐들이라며, 21일까지 철거하라는 안내문만 붙이고 방치해 왔습니다. 철거 기한도 되지 않은 짐들을 왜 치웠느냐고 물었습니다. 인천공항공사는 주인들이 장시간 자리를 비워 연락을 취한 뒤 규정대로 처리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YTN 확인 결과, 이날 옮겨진 방치물품 90여 개 가운데 실제 주인이 확인돼 연락이 닿은 건 단 3건뿐이었습니다. 게다가 앞서 철거 안내문을 붙일 당시 직원들은 이미 주인 없이 방치된 가방인지 확인한 뒤에 작업했었습니다. 주인이 있는 거라 내버려두고 있었다는 애초 공사 측 해명이 사실상 거짓말이었던 셈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사실 확인에 나섰습니다. 공사가 방치 물품 관련 보안 규정을 위반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서울지방항공청과 함께 현장 점검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인천공항공사는 YTN 취재를 계기로 적치물 처리절차에 대해 돌아보게 됐다며 국민의 시각에서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YTN 신귀혜입니다. 촬영기자 : 이승준 이수연 디자인 : 이나은 백승민 자막뉴스 : 정의진 #YTN자막뉴스 #인천공항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